명언과 사이비글과 좋은글

채근담

사이코 킬러 2009. 8. 10. 23:19

<채근담> 골짜기에 메아리가 울리듯이

耳根似飇谷投響 過而不留
이근사표곡투향 과이불류
則是非俱謝 心境如月池浸色
즉시비구사 심경여월지침색
空而不着 則物我兩忘
공이불착 즉물아량망

귀라는 기관은 세찬 바람이 골짜기에 메아리를 울리는 것과 같으니, 바람이 지나가면서 머물지 않으면 시비(是非)도 함께 물러간다. 마음의 경계(心境)는 밝은 달이 못에 그 빛깔을 드리우는 것과 같으니, 텅 비어서 집착이 없으면 물(物)도 아(我)도 다 잊는다.


여기서 귀라는 기관으로 소리를 듣는 것은 세찬 바람이 골짜기에 메아리를 울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는 우리의 듣는 기능이 메아리와 같은 것이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나’가 있어서 듣는 것이 아니라 인연에 따라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자는「제물편」의 첫머리에서 이 소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남곽자기(南郭子?)가 말했다.
“저 대지가 내쉬는 기운을 이름하여 바람이라 하네, 이 바람이 불지 않으면 몰라도 일단 불면 온갖 구멍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나지. 그대는 그 윙윙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가?
산림을 이루고 있는 백 아름이나 되는 우뚝한 큰 나무의 구멍은 코 같고, 입 같고, 귀 같고, 고리 같고, 절구 같고, 깊은 연못이나 웅덩이 같은 모양을 하고 있네. 그런데 바람이 불면 콸콸 물 흐르는 소리, 씽씽 화살나는 소리, 꾸짖는 듯한 소리, 흑흑 들이키는 소리, 외치는 듯한 소리, 울부짖는 듯한 소리, 윙윙거리는 소리, 재잘거리는 소리 등을 내는데, 앞소리가 윙윙거리면 뒷소리도 윙윙거리면서 따르네.
이 구멍들은 작게 부는 바람에는 작게 화답하고 크게 부는 바람에는 크게 화답하는데, 바람이 일단 지나가면 모든 구멍이 고요해지지. 그때 그대는 나무들이 크게 휘청거리다가 가볍게 살랑거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가?”

자유(子游)가 말했다.
“결국 땅의 퉁소 소리는 여러 구멍의 소리고, 사람의 퉁소 소리는 피리 소리입니다. 그렇다면 하늘의 퉁소 소리는 어떠한 것입니까?”

남곽자기가 말했다.
“온갖 것에 바람이 불어서 각기 다른 소리를 내지만, 실제로는 자기 스스로 소리를 내는 것이네, 따라서 저마다 저절로 소리를 취하는 것이지. 사나운 소리를 내는 자가 어디 따로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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