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無爲自然)
높아야 산다.
숲속의 한 나무는 스스로 제 팔의 동맥을 끊었다.
아래 쪽 팔부터.
빛을 향한 강력한 생존의 의지로 땅을 파고들어 빨고
하늘을 뚫고 빨았다.
썩고 말라비틀어진 팔들은 바람에 뚝 뚝 잘려 나갔다.
숱하게.
하늘을 점령한 만큼 더 풍성한 잎을 달고,
더 자라고, 더 많은 꽃을 피우고, 더 번식했다.
태양이 멀리 달아난 겨울밤 그 잔인했던 추위
죽을 고비도 엄청 넘겼다.
더러는 폭우풍설에 몸이 잘려나가
혹 죽거나 병신이 되었건만
그래도 그는 나로서 나이길 잃지 않고
몇 해를 넘고 넘었던가!
어느 여름날
작은 벌레 한 마리 날아와 그의 몸에 붙었다.
그 얼마 후 그는 더 이상 땅과 하늘을 빨 수가 없었고
빛을 볼 수 없었다.
그의 거대한 몸은 마르고 굳어갔다.
이젠 땅과 하늘이 그의 몸을 빨기 시작했다.
그의 육신은 썩어 목이 부러지고, 팔들이 잘려나가
몸통만 남은 채로 서 있다가
그마저 겨워 땅바닥에 무너져 뒹굴게 되었다.
빈틈없이 이어지는 한 순간 한 순간의 몰락
오랜 세월 땅과 하늘에 빨려 흔적도 없어지면
마침내 온전한 땅과 하늘이 되리라.
이 땅과 하늘 속에 녹아 흐르는
기막힌 사연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때 그랬던 그 자리,
그때 또 그러했던 그 곳엔
또 다시 무심한 새싹들이 돋아나고
땅과 하늘은 젖을 물린다.
글, 사진(2009. 4. 1) / 최 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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